에이프릴 커피는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패트릭 롤프(Patrik Rolf)가 만든 브랜드다. 유럽에서 시작한 카페가 우리나라에 오픈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커피 산업의 규모나 명성이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보여준다.
에이프릴 커피는 한강진역 근처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로 바 형식으로 만들어진 좌석과 4개 정도의 테이블만 갖춰어 놨다. 실내 인테리어는 패브릭과 우드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친숙하며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문제는 커피 가격이 사악하다는 점이다.
메뉴는 매우 단순한데, 총 4개의 메뉴가 메인 메뉴다.
- 에스프레소 - 11,000 원
- 아메리카노 (아이스) - 11,000 원
- 필터 커피 - 11,000 원
- 밀크 커피 - 13,000 원
- 리미티드 커피 - 25,000원
기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1,000 원이다. 요즘 저렴한 곳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1,500 ~ 2,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5배가 넘는 가격이다. 무엇보다 커피 한 잔 가격이 1만 원을 넘은 것이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상당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에이프릴인지 모르고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흠칫해서 나갈 정도의 가격대다.
내가 에이프릴을 찾아간 것도 가격 때문이다. 1만 원이 넘는 아메리카노가 과연 팔릴까라는 의문과 더불어 어떤 맛과 향을 내길래 1만 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을까라는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면 먼저 차받침과 함께 물을 가져다주신다. 음식점도 아닌 카페에서 물을 서빙해 주는 느낌은 사뭇 새로웠다. 물을 한 잔 들이키며 잠깐 내부를 둘러보는 사이에 주문한 밀크 커피 (카페라떼)를 가져다주셨다.
라떼는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완전 믹스된 형태로 서빙된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채로 서빙되는 경우가 많은데 에이프릴은 마치 캔 커피와 같은 느낌을 준다. 색깔도 일반 라떼보다 조금 더 밝고 청명한 느낌이랄까?
맛은 상당히 특이했다. 에스프레소로 만든 라떼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이다. 내가 마셔본 라떼 중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맛은 콜드브루 라떼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라이트하며 뒷맛에서 에이프릴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이 잔잔히 남는다. 라떼를 몇 모금 마신 후에 바리스타 분께 필터 커피로 라떼를 만든 것이냐고 여쭈어 보니 에스프레소로 만든 라떼이며 에이프릴이 추구하는 향미가 바디감이 얇고 산뜻함을 추구하기에 타 카페의 에스프레소와 차이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필터 커피도 맛을 보라며 동일한 원두로 내린 필터 커피를 조금 가져다주셨다. 필터 커피의 첫맛은 여느 스페셜티 필터 커피와 다르지 않게 산뜻한 산미와 함께 전통적인 커피 향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끝맛은 에이프릴 특유의 향미가 느껴졌는데 보통 스페셜티가 꽃이나 과일향 등을 강조하는 반면에 에이프릴은 차의 향미와 가깝다고 해야 할까?
천천히 라떼와 필터 커피를 마시고 난 후 가게를 나서면서 과연 이 돈을 주고 또 마시러 올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에이프릴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커피를 선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한 향미와 다른 커피를 비싼 가격에 선보이는지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상당히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기에 누구는 에이프릴 커피를 찾을 수 밖에 없을테고 또다른 누구는 두 번 다시 에이프릴에 방문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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